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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왔다 울고 넘은 포항 장기면 길등재

by Yeongsik_Im 2023.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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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블로그에 기림사가는길 영월로 성황재를 소개한 적이 있다. 영월로는 1979년 해병대1사단 장병들이 동원되어 만든 도로로 당시 행정구역인 영일군과 월성군을 잇는 도로로 '영월로'라 명명했고, 성황재에는 영월로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3월의 마지막 주말 포항시 남구 장기면 참샘이마을을 지나 방산리 길등재를 넘어 가는 길 '길등재'표지석을 발견하고 차를 세웠다. 방산리와 정천리를 넘는 길등재 도로 역시 1995년 해병대1사단 장병들이 동원되어 개설됐다.

길등재 도로개설 기증 기념비 1995년 해병대 장병들이 방산리와 정천리 주민들을 위해 3㎞ 구간의 험난한 옛길을 승용차가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확장한 기념으로 세운 표지석이다.

길등재는 과거에 장기현과 영일현을 연결하는 행정도로였으며, 과거길에 나서는 선비에서부터 울고 왔다가 울고 넘어갔다는 현감들의 부임과 전별에 관한 이야기, 삶의 역정을 참아가며 눈물로 드나들던 봇짐장수들의 이야기 등 많은 사연이 녹아있는 포항시의 유구한 역사가 스며있는 길이다.

포항시 장기면은 그린웨이사업의 일환으로 장기면을 방문하는 관광객과 주민들에게 볼거리와 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2021년 ‘방산리 길등재 편의시설 조성사업’을 실시하고, 사업비 100백만원을 투입하여 회양목 450주, 영산홍 850주, 남천 325주 등을 식재했으며, 고개를 넘는 사람들이 차를 주차하고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주차장과 휴식공간도 함께 조성했다.

길등재 옛길은 장기현과 영일현을 연결하는 행정도로였다. 대동여지도 등 옛 지도에 뚜렷이 표시될 정도로 중요했던 이 길에는 청운의 꿈을 안고 과거길에 나선 선비에서부터 울고 왔다가 울고 넘어갔다는 현감들의 부임과 전별에 관한 이야기, 삶의 역정을 참아가며 눈물로 드나들던 봇짐장수들에 이르기까지 스쳐 가면서 남겨 놓았던 사연들이 녹아 있다.​

'길등재'지명이 만들어진 연유에 대해서는 세 가지 설이 있다. 첫째는 긴(長)등(登)위로 난 고개란 뜻이다. 경상도 사람들은 '길'과 '질'을 혼용해서 사용해 왔으므로 길등재라 하기도 하고 지등재라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잿길이 질척거린다고 해서 질등재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셋째는 '산등성 위로 난 재'라고 하여 로등(路登)이라고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잿길은 사질토여서 질척거리지 않으므로 둘째설은 근거가 미약하고 '로등'이라는 말도 '길등'을 억지로 한자화 한 것이란 생각이 들어 셋째설도 설득력이 없으므로 길등재는 ' 긴 등 위로 난 길'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된다.​

포항시에서 유구한 역사가 스며있는 이 길의 자취를 되살려 보존하기 위해 주변 정비와 함께 정자를 설치해 많은 길손이 수려한 장기산맥 경관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길등재 안내문 향토사학자 이상준

길등재 도로개설 기증 기념비 앞면에는 ' 포항특정경비지역사령부는 진정한 애민 애향의 해병대 정신으로 수많은 장병들의 땀과 정성을 모아 방산 정찬리일대 지역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험남한 길등재 산악지역에 도로를 개설 내고장 우리지역사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포항시에 기증해 드립니다.'하고 새겨져 있다.

당시 포항특정경비지역사령관 겸 해병대1사단장은 해병대 소장 전도봉 장군이었다. 전도봉 장군은 제22대 해병대사령관을 역임했다.

뒷면에는 '만든 사람들'이 새겨져 있는데 반가운 이름들이 있다.

작전참모 중령(진) 이상로, 공병대대 중령 최병국, 소령 임삼섭, 원사 하무근, 중사 김원태, 하사 박주영, 하사 최대선, 병장 이양옥, 병장 김종희, 병장 김상도, 병장 김종훈, 상병 최덕환, 상병 손경호, 상병 박동욱, 상병 최계환, 상병 유기종, 상병 김태계, 상병 정현수, 일병 윤석호

길등재 표지석 옆에는 2021년 ‘방산리 길등재 편의시설 조성사업'으로 설치된 2층짜리 쉼터가 있었는데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지난해 포항시를 강타한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파손되어 철거된 듯 하다.

예전에 방산리 주민들은 지게를 지고 길등재를 넘어 오천시장을 넘나들었다. 오천시장으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었던 길등재는 이제 아스팔트도로가 되었지만 사람들의 왕래와 차량 통행도 그리 많지 않은 아련한 옛길이 되었다.

길등재 정천리 방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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